슬픔

[스크랩] 세계의 살인마 - 114. 고창 연쇄 살인범 김해선

밋있는 삶 2011. 12. 16. 20:03

사건당시 배포된 용의자의 몽타쥬(왼쪽)와 실제 김해선

 

2000년 10월 25일 전북 고창군 해리면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 혜인.

학교와는 걸어서 2시간 이상 걸리는 먼 곳에 살기 때문에 방과후에 집에 전화해서 엄마나 아빠에게 데리러 오라고 해야 했다. 그날도 오후 3시 30분쯤 수업이 끝난후 6명의 친구들과 교실에서 만들기 놀이에 열중, 5시 10분경 노을이 곱게 물들기 시작하자 집이 먼 혜인이 마음이 급해졌다. 친구 인옥과 300미터를 함께 걸어서 중학교 정문앞의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부모님은 한창 일에 매달려 있었고, 중학생 오빠가 엄마한테 데리러 가시라고 말하겠다며 전화를 대신 받았다. 5시 40분, 방향이 같은 인옥과 500미터를 더 걸었고 가게에서 장난감 강아지를 우정의 징표로 하나씩 사들고 헤어졌다. 6시 10분경. 살아있는 혜인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순간.

 

혜인의 엄마는 양계장 일을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다 아들에게 혜인이가 30분 전에 전화했다는 말을 듣고 재빨리 트럭을 타고 데리러 갔다. 혼자 걸어오고 있을 자그마한 혜인이를 지나치지 않을까 목을 빼어 좌우를 살피며 운전하던 엄마는 자전거를 끌고 언덕길을 올라오던 같은 마을에 사는 중학생 철수를 만나 물어보았지만 혜인이를 못봤다고 했다.

 

6시 15분, 혜인이가 친구와 헤어진지 단 5분이 지난 때였다. 불안함과 초조함속에서 학교에서 집에 이르는 길을 몇번이나 왕복했지만 엄마는 혜인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7시, 엄마는 인근에 있는 해리 파출소로 달려가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과 주민들은 밤늦도록 인근 야산과 들판, 맨홀 등을 수색했지만 흔적조차 발견 하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경찰서에서 지원받은 형사들과 기동타격대원, 파출소 전 직원과 자율방범대원 등 주민들이 함께 혜인이를 찾으로 나섰다. 9시 20분, 어제 혜인이 엄마와 철수가 마주쳤던 언덕길 주위의 야산을 수색하던 주민 자율방범대원 김씨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양지 바른 무덤위에 발가벗겨진 여자아이가 십자가 형태로 누워 있는게 아닌가. 김씨는 곧 정신을 추스리고 사체의 위치를 알렸다. 도로에서 150미터 떨어진 청룡산 2부 능선 지점이었다. 곧 전북지방경찰청 감식계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 분소 법의학박사가 현장으로 달려와 합동 현장감식과 사체검시가 이루어졌다.

 

혜인의 셔츠와 점퍼는 둘둘 말린채 베개처럼 목을 받치고 있었고 바지는 접힌채 방석처럼 엉덩이 밑에 있었다. 혜인의 속옷과 잘린 바지조각, 운동화 등은 모두 책가방 속에 가지런히 담긴 채 사체의 발 옆에 놓여 있었다. 사체는 사타구니 상처 등 성폭행의 흔적이 역력했으며 목 졸린 자국이 있었다. 뒤이어 실시한 부검 결과 역시 처녀막 파열을 확인했으며,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 (목이 졸려 숨 막혀서 사망) '였다. 그러나 정액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강간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사망전이나 후에 손 등을 이용한 성추행이 있었고 저항을 막기 위해 목을 누르다가 죽인 것으로 수사진은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사망 시각은 실종 당일 저녁 9시 이전으로 추정되었다. 사체 발견직후, 현장을 철저히 봉쇄한 채 현미경을 들고 바닥을 샅샅이 훑던 현장감식반은 발자국과 모발, 체모 몇점을 얻게 된다.

 

누가 5분 안에 어떻게 감쪽같이 납치하여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어떤 메시지를 담아 전시한 듯 무덤 위에 십자가 형태로 누운 채 발견된 사체의 모습 때문에 사이비 종교 집단이 세상에 경고 하려고 저지를 범죄라는 일부 전문가와 언론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수사진은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지게 된다. 아직 전문적인 범죄 분석 프로그램이나 범죄 심리학적인 '범죄인상 추정' 기법을 도입하지 않은 고창경찰서로서는 일단 현장 수사와 탐문 수사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은 사체발견현장부근과 피해자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혜인이의 실종 당시 모습을 재현한 그래픽을 출력하여 배포하면서 목격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목격자들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용의자들도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실종당일 혜인이 엄마와 마주쳤던 중학생 철수는 혜인이 엄마를 만나기 200여 미터 전에서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를 스쳐 지나쳤다고 진술했다. 나이는 40대 초반이었고 키는 173센티미터 정도에 뚱뚱하면서도 건장한 체격이었으며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었고 검은색 조끼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곧 또 다른 목격자가 나타났다. 인근 부대에서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중인 김창주 씨가 사건 당일 6시 15분경 화물차를 타고 지나다가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인상의 남자를 목격했다고 했다. 김씨는 또한 이 남자를 약 200여 미터 지나친 지점에서 경찰이 작성한 전단지와 같은 복장으로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여자어린이를 봤고, 자전거를 끌고 가는 철수군도 봤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철수군은 김씨의 화물차를 본적이 없다고 진술하여 의문점을 남겼다. 또한 같은 시간대에 그 일대를 지난 목격자들중에서 피해자를 봤다고 진술한 사람은 김씨뿐이었다.

 

혜인이와 같은 마을에 사는 이기묵씨 역시 학교에서 두 아이를 태워 귀가하던 중 같은 장소, 비슷한 시간에 걸어가는 40대 남자의 뒷모습을 목격, 인상착의는 역시 같았다. 경찰은 진술을 토대로 40대 남자의 몽타주를 작성, 배포 하여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돌입했다. 이제 경찰은 사건현장에서 발견한 발자국과 일치하는 신발을 찾아 온 마을을 돌아다니는 동시에 몽타주와 유사한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을 찾아다녔다. 언제나 그렇듯 탐문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의심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리바이가 성립하는 등 뚜렷한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사건발생 47일만인 12월 11일 오후 5시경. 고창군 고수면의 어느 논바닥에서 목과 오른팔이 잘려 없어진 채 속옷까지 벗겨진 할머니의 변사체가 발견된 것이었다. 혜인이의 피살현장에서 10km떨어진 곳이었다. 지문대조 결과 사체는 고창읍에 사는 박귀녀 할머니로 밝혀졌고, 잘려나간 부위는 짐승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국과수의 부검 소견이 나왔다. 성폭행 흔적도 없었다. 수사 결과 할머니는 평소 치매를 심하게 앓고 있었고 사체에 난 상처들은 모두 동물의 소행으로 판명되어 수사본부는 혜인이의 살인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할머니의 사체가 발견된지 8일만인 12월 19일 저녁, 학교에서 귀가하던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혜인이가 피살된 곳이서 4km 떨어진 고창군 무장면 비포장 도로였다. 함께 귀가하던 중학교 1학년 남동생과 여고생 박이슬양 남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버지는 8시까지 찾지 못하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주민 자율방범대원들은 3시까지 수색을 벌였으나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남매의 실종전 행적은 이렇다. 오후 3시 40분경 수업을 마친 이슬 양은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만나 함께 걸어서 귀가하다가 다리도 쉴 겸 도중에 있는 친구 상희 양의 집에 들렀다. 상희양과 이야기를 나누며 놀던 이슬 양 남매는 5시쯤 상희 양의 집을 나와서 1km거리에 있는 집으로 향했고 이것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수색은 다시 시작되었고, 공교롭게도 혜인이의 사체가 발견되었던 9시 20분경, 상희양의 집에서 700m, 이슬양의 집에서 300m 떨어진 정수장 근처 길 옆 5m 아래 풀밭에서 남동생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남동생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양손은 신고 있던 운동화 끈으로 뒤에서 묶여 있었고 목도리에 눈을 가린 상태로 논두렁에 엎어져 있었다. 목에는 노란 노끈이 감긴 채 뒤쪽으로 매듭이 매어져 있었다. 사체 옆 3m 거리에는 흰색 운동화와 가방 2개가 아무렇게나 팽개쳐 있었다. 명백한 타살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형사는 사체에서 5m 떨어진 곳에서 브래지어와 여성용 팬티가 조각난 채 뭉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노란색 노끈 조각들도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동생을 살해한 범인이 누나의 속옷을 흉기로 잘라 벗겨낸 후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발각될 것이 두려워 노끈으로 결박한 채 어디론가 끌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었다. 곧 길 건너편 보리밭에서 남자와 여자로 추정되는 크고 작은 두쌍의 발자국이 100m 길이로 나란히 이어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발자국은 동생의 사체에서 500m 떨어진 야산 입구 부근에서 사라졌다가 15m 떨어진 곳에서 남자의 발자국만 야산에서 내려와 밭둑을 따라 멀어져간 흔적이 발견되었다. 두 사람이 야산으로 올라갔다가 한사람만 내려온 것이 분명했다

 

야산을 수색하던 중, 소나무 숲 가운데 무덤이 있는 공간이 나타났고 무덤 왼쪽 소나무 밑둥에 무엇인가 묶여 있는 것이 보였다. 후에 이슬 양으로 확인 된 사체의 교복 치마는 뒤집힌 채 가슴 위쪽 까지 걷어올려져 얼굴을 덮고 있었고 두 손은 노란색 노끈에 결박된채 소나무 밑둥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양쪽 발목도 노란색 노끈에 묶인 채 각기 다른 나무에 매어 있었다. 왼발은 스타킹과 신발이 모두 벗겨져 있었지만 오른발은 모두 신겨져 있었는데 벗겨진 스타킹은 오른발을 소나무에 묶을때 사용되었다.

 

왼손에는 장갑이 끼워져 있었으나 오른손 장갑은 벗겨져 잘린채 입안에 구겨넣어져 있었다. 교복 상의는 단추가 모두 벗겨진 채 활짝 열려 있었고 스웨터 등 다른 옷가지들은 칼로 잘라 벗겨낸 뒤 사채의 등을 받치듯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흰색 목도리는 마치 붕대를 감듯이 턱에서 머리 쪽으로 감겨져 있었다. 피해자를 완전히 제압, 통제한 상태에서 갖은 고문과 추행을 행하려 한 의도가 확연히 드러났지만 범인이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나치게 어지럽고 불필요한 동작도 많았다.

 

사체의 상태는 더욱 참혹하고 난폭했다. 목과 다리, 가슴, 복부, 음부 등 여러 곳에 칼로 찌르거나 벤 상처가 있었고 강간의 흔적이 역력했으며 오른쪽 허벅지는 가로 15cm, 세로20cm 정도를 도려내어 사라지고 없었다. 옷가지들은 모두 피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탐문수사를 하던 경찰에 긴급 제보가 들어왔다. 이슬 양 남매가 실종되기 30분 전에 같은 장소에서 이상한 남자에게 뒤쫓기다 겨우 도망쳤다는 여고생이 나타난 것이었다. 곧이어 다른 여고생이 이슬 양 실종 하루 전인 18일 오후 5시경 같은 장소에서 혼자 귀가하다가 남자가 쫓아오는 느낌을 받고 뛰어서 귀가했다는 제보를 해왔다. 두 여고생이 진술하는 남자의 인상착의는 혜인이 사건의 목격자들이 진술한 40대 남자와 거의 일치했다.

 

탐문은 이제 4km 떨어진 무장면 일대로 급선회 했다. 무장면에서 여고생 납치시도가 여러 번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범인의 거주지는 무장면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었다.

 

수사진은 범인이 이슬 양의 살해 현장에서 도주하면서 찍힌 발자국 방향에 있는 집들을 하나씩 방문하여 몽타주를 닮은 3,40대 남성과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과 일치하는 운동화가 있는지 확인해 나가기 시작했다. 정오무렵, 범행 현장 야산의 반대쪽에 위치한 외딴집 마당에 들어서는 고창경찰서 강형사의 눈에 낯익은 발자국이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정확히 일치했다. 집에 있던 노부부는 아들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고 했다.

 

집안을 들러보던 강형사의 눈에 작은 방 장롱위에 놓인 노란 노끈과 가방이 들어왔다. 노끈은 이슬 양을 경박할 때 사용한 것과 같았고 가방 안에서는 핏자국이 선명한 낚시용 칼과 면장갑 한켤레, 녹색과 검은색 줄 한뭉치, 피묻은 속옷과 셔츠 등 옷가지 여러벌이 나왔다. 노부부의 아들은 서른 두살의 노총각 김해선, 외지를 떠돌다 3개월 전에야 집에 돌아와서 그 동안 하는 일 없이 술 먹고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기만 했다고 했다. 노부부에게서 받은 김해선의 사진과 다른사진들과 함께 목격자들에게 보이니 목격자들은 하나같이 김해선의 사진을 지목했다.

 

김해선이 겁을 먹고 도주하지 않도록 경찰력을 모두 철수시킨 채 형사 3명만 집안에 몸을 숨기고 기다리기로 했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노부부도 순순히 협조했다. 오후 4시, 김해선은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마당 앞에서 멈칫했다. 곧 김해선은 집안으로 걸음을 내디뎠고, 형사들이 덮쳐 검거했다. 체포될것을 예상했는지 의외로 저항은 없었다. 김해선이 검거된 후 집 주위에서 추가 수색이 이루어졌고 집앞 도로에서 비닐봉지에 넣어 버려진 이슬 양의 허벅지 살점도 발견되었다.

출처 : 레전드족구단
글쓴이 : {김경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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