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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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있는 삶 2011. 11. 18. 17:59

      

때를 아는 것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6“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27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28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29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30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 31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32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33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34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5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6)37제자들이 예수님께,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 때를 아는 것은 어려운 그만큼 또 중요한 일이다. 고대 그리스에는 크로노스라는 시간과 카이로스라는 시간이 있다. 크로노스는 연대기처럼 계속 이어지는 시간인데 비해 카이로스는 과거와 미래가 만나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때를 안다는 것은 몇 시인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을 안다는 것이다. 곧 현재 이 순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는 언제 일어나는 것일까? 오늘 복음에서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이 언제인지 묻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라고 말씀하신다. 그 징표가 나타나는 곳이 ‘시체가 있는 곳’이라면? 왜 하필 시체가 있는 곳일까? 삶과 죽음은 언뜻 보면 크로노스처럼 계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예사롭지 않은 삶과 죽음 때문에 이 크로노스의 평탄함은 깨지기도 한다.
지구 생태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멀지 않아 제6차 대멸종의 때가 오리라고 예상한다. 지금까지 지구 역사에서 5번에 걸쳐 큰 멸종의 시기가 있었고 이제 그 여섯 번째 멸종의 시기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생태계의 축소와 파괴 등을 그 징표로 꼽고 있다. 실제로 1950년대까지만 해도 1년에 한 개 종 정도 멸종되던 생태계가 지금은 한 시간에 한 종씩 멸종되고 있다. 지구의 별다른 변동 없이 이렇게 급격하게 멸종 상황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원인은 현대 인류의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라는 삶의 방식에 있다. 이처럼 대멸종의 원인이 인류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노아 때의 카이로스와 현대 인류에게 다가오는 카이로스는 얼마나 다를까?

이대훈(성공회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