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그가 숨어서 울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밋있는 삶 2011. 5. 16. 22:55

그가 숨어서 울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전화가 옵니다.
그 입니다.
밥을 먹었냐고 묻습니다.
괜찮냐고 묻습니다.
예....예..... 열심히 대답을 했습니다..
낮은 음성에서 참 따뜻한 것이 전해져 오기에, 그가 나를 또 한번 웃게끔 합니다.
그런데 알 수가 없게도, 나의 목에서 눈물이 납니다. 눈에서가 아니라 목에서 눈물이 나오기에 닦을 수도 없고.... 참기가 힘들어 집니다.
바뻐요...................하며 얼른 수화기를 내려 놓습니다.

그가 있습니다.
그는 나에게 아주 강한 존재입니다....아니요,, 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는 요즘 그의 약한 모습만 보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그리 만든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내가 있습니다. .
나는 그에게 아주 안타까운 존재입니다..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이지만, 나는 그렇게 안되었나 봅니다. 딱 잡아서 여기다 갖다 놓고 싶지만, 나는 자꾸만 저쪽으로, 저쪽으로 가려고 했나 봅니다.
그래서 그는 저쪽으로 가는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느라 너무 힘이 들어 그만 웃음을 잃어버렸나 봅니다.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로 인해 웃었던 예전의 그의 모습을 찾고 싶었습니다.
나 혼자만 웃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나말고 다른 사람의 웃음은 허락하지 않았었나 봅니다.
스물 네살 되던 해 부터......내 인생의 목표가 그렇게 생기게 되었습니다.


참으로,,,,,마음대로 살았습니다.
나만 생각했습니다.
그런 나를 인정해 준다고 가만히 속앓이 해온 그의 세월이, 여지껏은 보이지 않던 그 세월이 그의 얼굴에 여실히 드러나, 너무도 잔인하게 내 가슴을 후벼 파네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힘들게 보낸 시간이 있습니다. 울다가, 중얼거리다가............ 내 처지를 탓하고 탓하고 ,,그러다 잠드는...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내가 그의 잣대에서 벗어나 살았기에 그와의 골이 깊게 패여 가던 그때....
매일 밤 꿈을 꾸었습니다.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수 초동안을 가만히 나를 지켜본 후, 그대로 방문을 닫고 나갑니다.
그것이 꿈이 아니었음을, 그가 나를 만나는 유일한 시간의 반복이었음을 난 몰랐던 건지.,,,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았던 건지,,,,
그의 일방적인 나와의 만남이 있은 후에야 우리 집 마루의 불이 꺼진다는걸 알았어야 했습니다. 어리석었던 나는 그걸 몰랐습니다...

그는 그렇게..................................... 나를 사랑했습니다.

가슴아픈 그와 나의 세월이 지나고 지금 난...그에게 자랑스런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시험 합격을 알게된 날,,
그가 유난히 많이 웃는걸 봤습니다.
내가 그의 가슴에 박았던 대못을 이제야 빼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가슴에는 내가 박았다 뺀 못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네요.
그에게는 점점 아물어 가는 상처인 듯 한데,,,,
나에게는 점점 더 선명해지는 상처가 되는 듯 합니다..............
누가 봐도 큰 그 상처를 왜 유독히도 나만 모르고 살았었는지,,후회가 밀려듭니다.

합격을 알게 된 날..... 엄마와 부등켜 안고 많이 울었습니다...
“너랑 엄마는 같이 부등켜 안고 울었겠지만,,,네 아부지는 아무도 없는데서 혼자 더 많이 우셨을거다....”
그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지기에,, 친구의 그 한마디가 내가슴을 무너뜨려 버렸습니다.
이제는 그가 홀로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안 봐도 될 것입니다.
이제는 그가 멸치 안주에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안 봐도 될 것입니다.

이제는 나의 아버지가 나 모르게 날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여전히 많은 말을 하지 않는 나와 그입니다.
여전히 다정한 감정들이 오가는 그런 사이는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그를 보면 참 따뜻합니다.

난 말없이 투정을 합니다.
그러면 그는, 말없이 받아주고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 줍니다....
당신이 있다고....

약주를 드시면 과감한 애정표현을 하시는 당신...
“ 야 임마.......딸!!! 사랑한다“

당신의 그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테엽 감긴 인형처럼 자동으로 웃음 짓게 되는 나는 오늘, 당신을 향해 과감한 애정 표현을 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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