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자를 위한 노래
혜봉스님
분노하는 자여, | 슬픔이란 | 하늘에서 일어나 하늘에서 사라지는 구름과 같이 | 마음의 하늘에 일어난 감정의 구름임을 깨닫고 | 모든 절망과 좌절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 | 분노하는 자여, | 원망이란 | 본래 허망한 마음의 그림자를 보고 시비함이니 | 그림자가 아닌 마음의 본성을 깨달아 | 너와 나를 분별하는 무지의 환상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 | 분노하는 자여, | 분노는 | 생각이 일으킨 마음의 파도임을 깨닫고 | 일체의 미움에서 벗어나 | 모두를 용서하고 품어안는 자비의 전사가 되기를 | | 증오란 본래 없는 것 | 사랑이 만든 또다른 얼굴 | 허나 | 사랑도 증오도 본래 없는 것 | 누군가를 | 좋다하여 사랑하고 | 싫다하여 증오함은 | 거울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 싫다 좋다 하는것과 같은 것이니 | 누가 누구를 미워하고 | 누가 누구를 사랑하랴 | | 자존심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 생각이 만든 허구요 | 자기라는 것도 알고 보면 | 생각이 만든 허상이네 | | 생각이란? | 일어났다 사라지고 | 있다가도 없어지며 | 머무르다 흘러가고 | 모였다 흩어지니 | 아지랑이 같고 안개같은 | 실체없는 현상 | | 생각이라는 것에는 | 아무리 보고 또 봐도 | 나도 없고 너도 없고 | 불변의 자아도 없는데 | 이를 | 자기라 하고 자존심이라 하니 | 참으로 | 해가 웃고 달이 웃고 |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웃을 일이 아닌가 | | 분노하는 자여, | 생각은 대지 위에 부는 바람과 같고 | 감정은 바람따라 일어나는 파도와 같이 | 불어왔다 불어가고 | 일어났다 사라지는 | 마음의 현상일진대 | 무엇을 집착하고 | 무엇을 나로 삼아 | 슬퍼하고 원망하며 | 미워하고 분노하랴, | | 용서하고 용서하라 | 안다는 것도 있는 그대로 보면 | 실재가 아닌 생각이 만든 이미지 | 일체는 마음의 거울 위에 | 잠시동안 비춰진 마음의 그림자 | | 배고플 때 밥 먹으면 배고픔이 없어지고 | 목마를 때 물 마시면 목마름이 없어지나 | 배고프다 목마르다 하는 것은 | 밥도 물도 아니요 | 육체도 아니라네 | | 육체가 배고프다 한다면 | 죽은 시체도 밥달라 할 것이나 | 죽은 시체는 | 밥달라 하는 법이 없고, | 목 마르다 하지 않고 | 외롭다 하지 않고 | 슬프다 하지 않고 | 열받고 화내는 법이 없네 | 말이 끊어지고 고요한 침묵밖에는 없네 | | 하여 | 배고픔도 목마름도 | 마음의 일이듯이 | 실재를 알고 보면 | 일어났다 사라지고 | 뭉쳤다 흩어지고 | 있다가 없어지는 | 뜬구름 같아서 | 그 어떤 것도 | 영원한 것 없고 | 집착할 것 없는데 | 무엇에 절망하고 | 무엇에 슬퍼하고 | 무엇을 원망하고 | 무엇을 분노하랴 | | 진실을 알고 보면 | 일체는 꿈과 같고 | 드라마 같고 | 연극같은 것 | | 그러니 | 본래 영원한 것 없고 | 고정된 것 없으니 | 해도 한 바가 없고 | 맡아도 맡은 바가 없으며 | 살아도 산 일이 없고 | 죽어도 죽은 일이 없으니 | 참으로 두려울 것 없고 | 걱정할 것 없네 | | 삼라만상은 | 정한 바 없이 자신의 할 바를 | 말없이 할 뿐 | 이렇다 저렇다 하지 않네 | 정했다 해도 영원하지 않으니 | 고정됨 없이 맡은 배역 따라서 | 말없는 가운데 할 일을 다하네 | | 분노하는 자여, | 맡은 배역따라 가타부타 하지말고 | 어떤 일도 마다 않고 | 신나게 할 일이네 | 지금 할 일 바로 보고 바로 알아 | 그대로 행한다면 | 모든일에 삿됨이 없이 밝고 분명하여 | 즐겁지 않은 일이 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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